인력사무소
인력사무소 라는 단어가 주는 억암 때문인지 아니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지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곳이다.
[명사]
그렇다.
인간의 몸을 이용하여 일을 진행 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어야 하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노가다 다.
[명사]
- 1.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 2.‘막일(1.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의 잘못.
- 3.‘막일꾼(막일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의 잘못.
좀더 거친 단어 노가다
막일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사전에서 조차 막일 이리라고 규정 하는 것이 그렇게 보기 좋치는 않다.
좀더 풀어 써도 좋겠는데 아쉽다.
일본어 '도카타' 가 한국 식으로 발음 되어 '노가다' 라고 표현 되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실 이 일을 한번 해보자 라고 생각 하기 까지 정말 많은 고민 과 시간이 필요 했다.
그러나 시간은 계속 지나 가고 더 이상은 미룰수 없었다.
사실 첫 출근 당일 아침 까지도 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
알아본 인력사무소 까지 6:30 까지 가려면 불행인지 다행인지? 첫 차도 없다. 마을 버스도 6:50 첫 차다.
결국 택시를 이용해서 가야 한다.
어디로 갈지
무슨일을 할지
일당은 얼마를 받을지
아무 것도 알수 없다.
이걸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며 잠이 들다...
2018년 7월 20일(금) 5:30
첫 인력사무소 출근이다.
택시 타고 인력사무소 가는 길
집에서 가기에 좀 애매한 거리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중간 거리
택시 비는 대략 5,000원 이였다.
혹시 살이 탈 것을 대비해 난방을 끼어 입었다. 후덜덜덜
인력사무소
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일 받으러 온 사람도 없었다.
그 동안 인터넷으로 인력사무소 글들을 봤을 때랑은 사뭇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랐다.
보통은 아침 6시 부터 가서 일감을 받으면 일 가고 일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 곳은 사무실도 쾌적..에어컨도 나오고..
인력사무소 소장님과 잠시 짧게 인사하고 잠시 기다리며 커피 한잔 하라고 하신다.
이후 사무실 여기저기 소개도 시켜 주시고 하는 일도 대략 알려 주시고 인테리어 좋아 한다고 했더니 우선 그쪽으로
일이 있는지 알아봐 주신다고 하신다.
그리고 이곳은 전날 일을 배치 하기 때문에 고정멤버는 굳이 매일 사무실 출근 안하고 현장으로 바로 간다고 한다.
뭔가 깨어있는 인력사무소라는 느낌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곧 내 생에 첫 인력사무소에서 받은 일이 떨어졌다.
인력사무소에서 얼마 되지 않는 탄현에 있는 현장이다.
일은 잘 모르겠으나 일딴 가보자
혼자 출발이다.
현장 까지는 8시 까지가야 한다. 마을버스로 이동해서 좀 걸어야 한다.
뭔가 척척 풀리는 기분.
약간 긴장한 저 상기된 표정 ㅎㅎ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마을버스 내린 곳에 편의점에서 여유를 마셔본다.
긴장이 잠시 풀린다. 과연 오늘 어떤 일이 펼쳐 질지...
다행이 벌초 할때 쓰려고 창녕에서 샀던 등산화가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라도 준비 하고 가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
시간이 이제 얼마 안남았다.
걷다 보니 걸이가 꽤 된다. 바쁜 거름으로 목적지 도착.
목적지에 다가 올 수록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느낌상 이곳이 맞다라는 걸 직감 했다.
마당에 천막 골조가 놓여져 있다...
조금 후 현장소장 같아 보이시는분이 왔다.
인사를 드리고 같이 마당안으로 들어 갔다. 트럭을 보니 천막이 써져있었다. 아. 천막집 사장님이 시구나.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오라고 한다. 난 이미 출근을 작업복으로 하다 보니 그럴 필요 없었다.
"이게 작업복 입니다. "
"그럼. 땅을 파야 하니깐 삽좀 찾아봐요"
"...네!...."
그렇다.
나의 첫번째 노가다 일은 땅파기.. 삽질 이였다.
천막 골조의 기둥은 총 8곳.
마당에 골조의 기둥이 들어가고 그 곳에 고정을 할 수 있는 시멘트가 들어 갈 수 있을 만큼 구덩이 를 파면 되는 것이다.
일딴 삽을 찾아 첫 번째 구덩이 부터 파기 시작했다.그래도 군대에서도 삽질한 경험이 있으니... 그러나 까마득한 18년전 ㅜㅜ
몇 번 삽질도 안했는데 이미 땀은 비오듯 쏟아 지고 숨이 끊어질듯 차오른다. 정신이 혼미하다.....
언제 이런 육체노동을 해봤는지 잠시 생각해 본다. 기억도 나질 않는다.
첫 번째 구덩이 넓이 700에 깊이 700 정도 파야 한다고 천막집 사장님은 지시를 했다.
일딴 파는 거다.... 첫번째... 두번째...
몇 번의 삽질 후 일까...
이미 반은 넋이 나간거 같다.
정말 물이 없으면 죽을것만 같은 상황
조금 후에 현장 소장님이 도착 했다.
다행이 현장이 카페 리모델링이라 물이 있었다.
물을 마시는데 정말 자제가 안된다.
땀을 많이 빼고 물을 너무 급히 많이 마시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영혼이 나간 상태
물을 보자 마자 몇 번을 원샷 했다.
잠시 앉아 보니 이미 티셔츠는 다 젖고 바지도 반은 젖었다.
현장 소장님도 말씀 하셨지만 포크레인을 쓰면 금방 해결될 일인데
이 더운날 굳이 사람이 삽질을 해서 땅을 파야하는 상황이라니.
물좀 마시고 정신이 약간 드는 거 같다.
정말 때양볕에서 하는데 목도 너무 마르고 살은 타들어 갈거 같고... 너무 준비를 안하고 덤벼 들었나 생각도 들고 오만 가지 생각이
들며 삽질을 했다. 셋,넷...다섯.... 구덩이는 점점 파지고 삽질의 스킬이 되살아 나고 있었다.
천막집 사장님은 먼저 가셨고, 현장 소장님은 합판 사러 잠시 나갔다가 온다고 하셨다.
현장 소장님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삽이 부러졌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헛 웃음이 나온다.
아무도 없어도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한건데 삽이 부러지니
잠시 쉬었다 하라는 신호 인가 생각도 들고.. 잠시 고민하다 주변에 삽을 찾으러 다녔으나 없다.
현장소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삽이 부러졌다고 하니 하나 사가지고 오겠다고 하셨다.
...
그럼 잠시 쉴까...
...
...
그렇게 5분쯤 지나고 이렇게 계속 쉬고 있을수는 없을 거 같아 주변 집들을 살펴 보니 삽이 하나 보였다.
그걸 가지고 와서 땅을 파보니 그 삽은 이미 낡고 녹슬어 가운데 크렉이 가있었다. 어쩌지도 저쩌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 일딴 새로운 삽이 올때 까지는 쉬자.
삽이 부셔졌다는 이상한 미안함...
그래 지금 잠시 쉴수 있다라는 안도감...
그늘 아래서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삽이 부러진 곳을 잘 살펴보니... 잔뒤 아래 죽은 잔디 판이 깔려 있어 서로 뿌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걸 한번에 푸려고 하니 삽이 지탱 하기에는 무게가 무거 웠던 것이다..
미안하고도 안도의 한숨을 내 쉴수 있는 잠깐 동안의 시간.
그리고 정말 고마운 물
새롭게 생각하게 된 물
너 물이란 녀석...
6번째 구덩이에서 삽은 부셔졌고
곧 소장님이 새로운 삽을 가지고 오셨다.
비 맞고 썩어서 아마 부러진것 같다고 말씀해 주신다.
감사하다..
그 동안 충전 되고 + 새삽 이 주어지니 힘이 난다!!
마지막 8번째에서는 10센티 부근에서 정화조가 걸려 더 이상 삽질은 할 수 없었다.
삽질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
어느새 점심 시간이 되어 소장님과 근처 뷔페 식당에 갔다.
"이일 한지는 얼마나 되었어요?
"오늘 처음 입니다."
"..."
땀을 너무 흘려서 인지 정말 밥이 안땡겼다.
물 물 물 만 마시고 싶었다...
밥을 먹고 소장님이 챙겨 주신 아이스아메리카노 ...
아 정말 여기서 잠깐 찔끔 할 뻔
어느 곳에서나, 어느 때거나
마실 수 있었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여기서 마주 하니 참 복잡 미묘한 감정이 이상하다.
정말 고마웠고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였다...
고개를 돌려 보니 오후에 쓰일 법한 OSB 합판.
이 녀석으로 작업 해본건 이번이 처음 이였는데
약간의 방수도 되고 쓰기에도 괜찮아 보였다.
정말 꿀 같은 점심 휴식
자 밥 먹고 커피도 마셨으니 이제 오후 일과 출동 이다.
오후는 옥상에 있는 방무목 에 오일스텐을 칠 하는 것이였다.
정말 이때 기온이 35도 였는데
외부에서 일할때 온도는 40도 는 넘는 듯 했다. 정말 20분 이상 오일스텐 작업을 할 수 가 없었다.
20분 일 하고 5분 이상은 그늘에서 쉬어야 했다. 물을 마시며 보충 하지 않으면 정말 쓰러질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이때는 일 하다가 내가 쉬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면 쉬었다.
약간의 현기증을 경험 하고는 무리해서 될 일이 아니였다.
쉬는 시간
다시 오전의 얼굴이 나온다. ㅎㅎ
일 보다 정말 뜨겁고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일 하기가 힘들었다.
일은 얼마 되지 않는데 환경이 일 하기에 너무 어렵다.
간신히 오일 스텐을 다 하고 카페 내부로 들어 오니...
이 곳은 정말 천국이다.
에어컨이 나온다. 아주 빵빵하게.
ㅇ ㅏ....
살갖에 휘몰아 치는 냉기
정말 천국이라면 이 곳이리라...
몇 가지 잡일 을 더 하고 나의 노가다 첫 날 일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고맙게도 카페 사장님 께서 더운날 고생 하신다고 수박을 썰어서 주셨다.
평소에 과일은 잘 먹지도 않는데...수박이 얼마나 고맙던지...
한 5개는 먹은거 같다... 그렇게 테라스 벤치에 앉아 소장님과 일 마무리 하고 ㅂㅂ2 했다.
드디어 첫날이 끝나는 날이다.
도데체 어떻게 지나 간건지...
더위를 먹은건지...
아무생각이 없다.
출근 할때 내렸던 마을버스 정류장도 지나 치고
무작정 걷는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근처 지하철역을 검색 하니 탄현역이다... 또 걷는다...
복장은 다 더러워졌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렇치도 않다.
탄현역에 가까워지니 길 바닥에 떨석 앉아 담배 하나 핀다.
....
탄현역 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비슷한 복장(작업복, 안전화, 배낭)을 하신분이 말을 걸어 오신다.
"근처에 찜질방 있나요?
"글쎄요...검색해 볼게요.. 여기서 300m 가면 하나 있어요."
"아.. 너무 멀어 못 걸어가.. 가까운 지하철 역에 있으면 좋겠는데..."
"씻고 가시려면... 풍산역 근처에도 하나 있어요."
"아뇨 찜질방에서 자고 바로 현장 나가려고요..."
"....네.."
묘한 감정이 일어 나왔다.
저분은 나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 오신걸까...
찜질방에서 자고 내일 아침 바로 또 현장 나가서 돈 벌어야죠 라는 말...
현장에 대한 푸념 썩인 말씀들을 하시고 우리? 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둘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난 풍산역에 내려 사우나를 안내해 드렸고.
고맙다며 새까만 얼굴에 잔뜩 미소 지으며 사우나로 가셨다...
'건강하시고 하시는일 모두 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
집 대문을 열고 들어 가니 와이프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입을 다물지 못했다.
표현은 안해도 내가 지쳐있는게 보였을 것이다.
바로 씻고 누었다.
아무런 힘도 없었고 말도 할 수도 없었고 아무 정신도 없었다.
그리고
오늘 일당은 13만원.- 인력사무소 10%제외
117,000원이 입금 되었다.
일한 대가로 일당을 받아 너무 뿌듯했다. 그러나
그러나 대가의 기쁨보다...
몸이 천근만근 이라 아무 생각이 없었다 ㅎㅎ
누워서 송장 처럼 뻣어있는 나에게 와이프의 파스,쿨팩등 온갓 치료가 진행되도 꼼짝 할 수 가 없다.
고.맙.다.여.보
그렇게 나의 노가다 첫 날이 마무리 되었다.
또 다른 시작이다.